가을이 본격적인 채비를 할 모양입니다.

잔뜩 찌푸린 구름으로 가려진 하늘은 금방이라도 뭔가를 쏟아낼 태셉니다.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가며 분위기를 잡는 폼 새를 보아하니,

한동안 참았던 비라도 한바탕 뿌리려나봅니다.

이쯤해서 여름과는 확실히 선을 그어야겠다는 생각인지도 모르죠.

“나는 가을로 치달을 테니 여름 당신은 이제 고만 안녕“이라고 말이죠.

 어서 가을이 오기를 기다리는 속내에는 단지 무더위나 장마 따위가 지긋지긋해서만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쾌청한 가을날에 룰루랄라 산과 들로 가을정취에 흠뻑 취해보고자하는 속편한 처지여서도 아닙니다. 혹시나 가을이오면, 혹시나 날씨가 선선해지면 전세 값이 진정되고 집이 술술 팔려 걱정이라도 덜게 될까 하는 간절한 소망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산들바람이 부는 오늘아침 신문은 입맛에 쩍쩍 달라붙는 달짝지근한 소식으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가을을 기다렸던 이들이 화들짝 놀라며 화색이 돌게 생겼습니다.

“전국 부동산이 들썩이고 아파트 토지가격이 급등”한다는 소식에다 “매수세 늘어날 것”이라며 시장 기대감이 솔솔 살아난다는 기사가 지천이니 말입니다.

하도 속을 끓인 탓에, 제목만 들어도 절로 어깨춤이 덩실덩실 살아날 지경입니다.

  실상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와 국제비지니스 벨트 입지 선정 등 굵직굵직한 대형 사업이 잇따라 발표되고 공기업의 혁신도시 이전이 가시화되면서 지방부동산이 활기를 띄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그리고 지난 7일 발표한 정부의 세제개편안으로 부동산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게 요지입니다.

 호재가 있는 지방지역중 일부는 사라졌던 떴다방까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며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여서 투기의 조짐까지 보인다는 얘깁니다. 또한 세제개편안 발표를 계기로 전세수요자 중심의 주택매수세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는 것으로 다주택자 양도세와 관련, 비록 중과세 폐지는 유보됐지만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부여만으로도 징벌 적 과세를 점차 배제해나가겠다는 정부의 시그널이 아니냐는 분석이 시장에서 힘을 얻고 있다는 것 때문에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는 것입니다.

 A씨는 결혼 5년차 직장인입니다.

지난정권 때 강남수요를 분산한다며 조성한 신도시에 4년 전 결혼과 동시에 전셋집을 마련했습니다. 이제 막 세 돌이 지난 세 살배기 딸과 함께 세 식구가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던 A씨가 고민이 생겼습니다. 전세금을 무려 5천만 원이나 올려주거나 아니면 집을 비워 달라는 집주인의 전화를 받고 나섭니다. 4년 전 1억8000만원이던 전세금을 2년 전 2000만원이나 올렸는데 다시 5천만 원이나 올려달라니 기도 안차고 어안이 벙벙할 따름입니다.

고심 끝에, 인근의 아파트를 아예 사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저축한 돈에다 대출 1억을 얻고, 미안한일이지만 부모님에게 조금이나마 손도 벌리고 나섭니다. 사실 전세금이 집값의 70%에 이르자 고민 고민하던 찹니다. 어차피 대출을 얻을 바에는 당분간 월세 사는 셈 치면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도 어엿한 내 집이 생겼으니 뿌듯합니다.

 B씨는 A씨에게 집을 판 집주인입니다.

직장이 서울이여서 집을 팔고 서울에 아파트를 사야겠다는 생각은 벌써 여러해 전부터 해오던 텁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떨어진데다 집이 안 팔려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속도 썩을 대로 썩었습니다. 전세 값만 날로 높아지고 집은 팔리지 않으니 서울에 전세로 옮겨 앉는 것마저 마땅치가 않아 골머리를 앓던 참입니다.

시세보다 다소 싸게 판 듯도 하지만, 않던 이가 쏙 빠진 것 같아 아까운 생각도 없습니다.

B씨는 평소 봐오던 강남권 재건축아파트단지 중 둔촌주공의 16평 아파트를 샀습니다. 6억이 넘는 큰돈 이지만 집 판돈 3억5천만 원에 그동안 모아 놓은 돈과 대출금을 합쳐서 겨우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추가 분담금 5000만~6000만원이면 34평을 배정 받을 수 있다는 것으로 고생이 되더라도 재건축까지 거주할 생각입니다. 지하철5호선 둔촌역이 바로 앞인데다 2016년이면 지하철9호선이 단지 옆에 위치하게 되고 주변 환경이 좋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학군이 좋아 자녀교육환경이 나무랄 데가 없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어섭니다. 그동안 좁고 낡은 집에서 생활을 할 생각이 다소 내키지는 않아도 그만한 고생쯤은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투자하는 셈 치자는 생각입니다.

아무튼 오랜 소원은 푼 셈입니다.

 C씨는 한강변미사리 토박입니다.

조상대대로 농사를 짓던 농사꾼이라 아파트투자니 세상물정은 다소 어두운 편입니다.

C씨가 대박이 났습니다.

농사짓던 땅에 보금자리주택을 진다며 서울시로부터 수십억도 훌쩍 넘는 보상금을 받았으니 말입니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돈이 생겨 한동안은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늘에 둥둥 뜬 구름만 밟고 다니다가 요사이 비로소 정신을 차렸습니다. 가족회의 결과 일부의 돈으로는 아파트를 사기로 했습니다. 이왕이면 지금당장 살집보다도 투자가치도 있는 재건축대상아파트로 뜻을 모았습니다. 평소 눈여겨보며 부러워하기만 했던 둔촌주공은 그렇게 결정됐습니다. 부부가 살집하나, 시집간 큰 딸 하나, 장가간 아들 녀석에게 하나. 졸지에 합이 세 챕니다. 마침 집값도 바닥이라니 안성맞춤이 따로 없습니다. 보상도 받고 집도 바닥에 사고, 도랑치고 가재 잡았다며 연신 싱글벙글,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D씨는 반포 래미안아파트 주민입니다.

몇 년 전 인기리에 분양을 끝내고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선망의 대상이 되는 아파틉니다.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인근의 반포 자이보다 가격이 높아져 내심 쾌재를 부른다는 바로 그 아파틉니다. 34평 전세가 5억이 넘는다는 그 아파틉니다.

오래전 그러니까 재건축하기 전부터 보유하던 아파트를 사서 재건축으로 돈방석에 앉은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그 당시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 운운 할 때니 말입니다.

전세금 5억에다 대출을 받아 다시 재건축에 투자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집값이 떨어져서 9억이 훌쩍 넘던 둔촌주공 34평이 1억이나 떨어져 8억 중반대면 살 수 있다니 기회다 싶었습니다. 재건축에 투자한 경험이 결정에는 상당한 영향을 준 셈입니다.

계획에 따르면 재건축으로45평을 배정받고 3800만원을 돌려받는다고 했습니다.

이주 금으로 무이자 3억7천만 원이 나온다니 금융부담도 다소 덜 수 있어 다행입니다.

낡은 집에서 사는 게 고생이 될 터지만 이주가 2년 정도 후면 가능하다는 것이니 그때까지면 참을 만 하다는 생각입니다. 기회비용은 차치하고 8억여 원에 올림픽공원 앞 강남권대단지에 어엿한 45평 명품아파트를 산 셈이니, 생각만 해도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스스로가 대견스러워 어깨가 으쓱합니다.

 봄부터 여름까지 바닥을 헤매는 내내,

급매물을 사는 이들은 다름 아닌 A·B·C·D, 그들입니다.

아랑곳없이, 어쩌면 당당하게, 그들은 급매물을 먹어 치웠습니다.

마치 자기를 위해 차려진 밥상이라도 된 듯 말입니다.

 투자는, 모름지기 한 수 앞을 봐야한다며 말입니다.